파코즈하드웨어 기브앤테이크 게시판을 통해 방입받은 메인보드와 씨퓨와 램, 그리고 학교에서 구한 못쓰는 컴퓨터의 각종 자잘한 부속들을 조합하여 리눅스 라우터 머신을 하나 만들어보았습니다.

원래 공유기를 쓰고 있었는데 예전의 메가패스 ADSL과 VDSL은 무난하게 써왔으나 파워콤 광랜으로 바꾼 뒤로 공유기가 광랜의 속도를 제대로 받쳐주질 못하더군요. 다이렉트로 회선을 물리면 평소 80-90Mbps 가량 나오는 속도가 공유기를 거치면 60대로 뚝 떨어지더군요. VDSL정도야 10Mbps 안팎을 달리니 저하될 만한 건덕지가 없었던 거죠. 속도 저하 현상이 심각해서 따로 라우터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물론 공유기를 새로 사도 되지만 어디까지나 비용 절감이 주목적이고 예전부터 리눅스 라우터를 한 번 만들어 보고픈 욕망이 있었던지라 이렇게 제작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라우터에 장착된 부품들은 아래와 같습니다.

CPU : 펜티엄2 350Mhz
램 : 96M (32*3)
메인보드 : BX보드
그래픽카드 : 지포스2 MX200 (코요테 리눅스 2.0x버전 이후부터는 그래픽 카드가 있어야만 부팅이 가능하기 때문에 어쩔수 없이 장착하게 되었습니다.)
그 외 주워 온 FDD, 파워서플라이(좀 큰 녀석)

케이스는 가공성이 뛰어난 하드보드지로 만들었습니다. 하드보드지가 약할 거라고 생각하시는 데 은근히 튼튼합니다. 그래도 타 소재들에 비해 월등히 약한 내구성을 커버하기 위해 최대한 깔끔하게 만들려고 노력했습니다.





아래에 보시는 놈이 완성된 라우터의 모습입니다. 전원 버튼은 학교 과사의 망가진 컴퓨터에서 실리콘 도려내며 뜯어온 거라 별루입니다. 아래 환풍구도 보입니다.



뒷면입니다. 디스크를 자주 넣었다 뺏다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플로피디스크 드라이브는 뒤로 노출시켰습니다. 그 외에 전원 연결부, 그래픽 카드 및 메인보드 포트와 랜카드 포트들이 보입니다. 랜포트는 두 개이죠. 하나는 외부 인터넷 연결용, 하나는 허브와 연결되는 내부 네트웍 용입니다. LED가 삐져 나와 있는데 전원 켜지면 불 들어옵니다. 좀 허접하죠. 나중에 LCD 인디케이터 구해서 전면부에 설치할 생각입니다. 그래서 그냥 저렇게 대충 연결해 놓았습니다.



귀퉁이의 나사를 풀고 스윽 당겨보면 아래처럼 빼낼 수 있는 구조입니다. 귀퉁이에 나사를 박을 수 있게 조그마한 종이 조각들을 만들어 붙여 송곳으로 구멍을 뚫어 놓은 게 보입니다.



껍데기 내부 모습입니다. 전원 스위치 선과 환풍구가 보입니다. 나사는 네 군데를 박을 수 있게 만들어 놓았습니다.



하드보드지로 케이스 자작할 계획이 있는 분들께 참고하시라고 나사 고정부를 좀 더 가까이 찍어보았습니다.




나사는 요 놈을 썼습니다. 어디에서 난 물건이나면...



소켓형 씨퓨의 냉각팬 고정 나사입니다. 끝이 뾰족해서 하드보드지 서너장을 겹쳐 놓은 데다가 송곳으로 먼저 구멍을 뚫어주고 볼트를 드라이버로 돌려 박아주니 너트필요없이 잘 고정되어 박히더군요.



본격적으로 내부를 보여드리겠습니다. BX메인보드에 랜카드 두 장, 그래픽 카드, 램, 씨퓨가 보입니다. 랜 카드는 둘 다 100Mbps급 리얼텍 8139 모델입니다. 랜카드가 같은 거라 충돌이 있을 것을 걱정하였는데 IRQ를 같은 것으로 공유하면서도 충돌없이 리눅스 잘 돌아갑니다. 선은 파워 LED선입니다.



반대편 모습입니다. 파워서플라이와 플로피 디스크 드라이브가 보입니다. 플로피 드라이브는 테이프로 둘러붙여 고정시키지 않고 베이를 만들어 안에 끼워 넣어 고정시켰습니다. 파워와 메인보드는 가운데 두 겹으로 된 하드보드지 장막으로 서로 철저하게 분리되어 쇼트될 위험이 없습니다. 파워를 좀 더 슬림한 것으로 썼으면 케이스 폭을 좀 더 줄일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바닥 부분은 3겹으로 튼튼하게 만들었습니다.




플로피 디스크 드라이브 부분입니다. 옆에 공간이 좀 남는 것이 보이죠? 리눅스에 대해 좀 더 공부해서 나중에 저기다 하드디스크를 넣어 레드햇 리눅스 같은 걸 설치해서 웹서버나 파일서버로 돌려볼 계획입니다.



랜카드 장착 부위를 확대해 보았습니다. 위에 ISA슬롯이 보입니다. 메인보드도 위에 보여드렸던 나사 두 개로 고정시켰습니다.



랜카드 아래에는 그래픽 카드가 꽂혀 있습니다. 지포스2 MX200인데 용산 나진상가 벼룩시장에서 만 2천원 주고 구입했습니다. 파워서플라이의 냉각팬은 제거해도 발열이 그리 심하지 않던데 요놈은 꽤 뜨겁더군요. 요놈만 냉각팬 돌려주고 있습니다. 코요테 리눅스 2.0x버전부터는 그래픽 카드가 있어야만 부팅이 가능하기 때문에 장착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전 버전들은 카드 없이도 부팅됩니다. 물론 최근 버전들도 스크립트 수정을 통해 커널을 재작성해서 카드 없이 부팅가능하도록 만들수 있다는데 할 줄을 모르니... 요놈의 그래픽카드 때문에 케이스 사이즈가 전체적으로 커져버렸습니다.



맨 하단의 램과 씨퓨가 있는 곳입니다. 펜티엄2 350Mhz라면 리라 사양치곤 과분하다는 말이 있더군요. 씨퓨는 냉각팬 대신 방열판이 부착되어 있습니다. 여기는 발열이 별로 없습니다. 그래도 모르는지라 전면 껍데기 케이스에 요 부분으로 환풍이 되게끔 환풍구를 뚫어놓았죠.



다시 원상태로 돌려놓아 일반 케이스와 크기를 비교해보았습니다. 높이는 확실히 낮죠. 그런데 양 폭이 넓습니다. 그 놈의 그래픽 카드가 웬수... 파워도 슬림 사이즈롤 썼으면 확실히 더 줄일 수 있었습니다.



다른 각도에서 본 모습입니다. 헤드폰 뒤에 얹혀져 있는 건 시디롬드라이브입니다. 저것도 과사무실에서 득템한 것입니다. 소음이 장난 아닙니다.



전원케이블과 랜케이블을 다시 연결해주고 코요테 리눅스가 설치된 플로피 디스크를 넣고 부팅을 해보겠습니다.



맨 처음 부분입니다. 코요테 리눅스 2.24버전인데 이상하게 부팅화면에서는 2.23으로 나오네요.



부팅 중반부 화면입니다.



부팅이 끝난 모습입니다. 이제 네트웍으로 연결되어 있는 다른 컴퓨터를 통해 라우터로 원격접속을 해 보겠습니다.



익스플로러 주소창에 http://192.168.0.1:8180 입력하여 엔터 치면 저렇게 웹관리자화면이 뜹니다. 일반 가정용 공유기처럼 라우터에 접속이 가능한 거죠.



아이디는 root라 입력하고 코요테리눅스 디스켓 만들 때 설정했던 비밀번호로 접속을 합니다.



아래와 같이 관리자 화면이 뜹니다. 이상 없이 잘 작동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여기에는 2.24버전으로 나옵니다.



한국전산원 속도측정 사이트를 통해 속도를 측정해보았습니다. 측정한 시스템 사양은 CPU 펜티엄4 2.4GHz, 램 삼성 DDR-SD PC2100 256M*2입니다. 파워콤 광랜인데 다이렉트로 회선 물릴 때랑 거의 차이가 없습니다.



라우터를 다 만들고 나서 깨닫게 된 사실인데 USB포트를 통해 저렇게 MP3플레이어 충전이 가능하더군요. 라우터는 항상 켜 놓으니 필요할 때마다 저렇게 꽂아서 충전할 수 있으니 일석 이조의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옆에 보이는 공유기는 예전까지 써오던 유니콘 사의 MAX-400PLUS입니다. 광랜 사용하시는 분들한테는 비추입니다. 지금은 DHCP기능을 죽여서 일반적인 스위칭 허브로 쓰고 있습니다. 빼꼼히 보이는 하드디스크는 지포2 MX400이랑 같이 용산 나진상가 벼룩시장에서 같이 샀던 겁니다. 10기가 짜리 IBM 껀데 만 3천원 주고 샀습니다.



라우터는 저렇게 위치시켜 쓰고 있습니다.







쉬엄쉬엄 해가면서 만드니 완성하는 데 일주일 가량 걸리더군요. 사실 아직도 미완성입니다. LCD창도 달고 싶고 저항 회로를 이용하여 회전수를 줄인 저소음의 케이스 냉각팬도 하나 부착할 계획입니다. 전원 버튼도 좀 깔끔한 걸로 교체해야죠.

케이스 만드는 데 테이프는 하나도 쓰지 않았습니다. 오로지 돼지본드와 딱풀 신공으로 완성한 겁니다. 원래 지저분한 걸 싫어하는 지라 최대한 꼼꼼하고 깔끔하게 만들려고 노력했습니다.

관리자화면이 모두 영문인지라 좀 답답하게 느껴졌지만 어렵지는 않더군요. 포트포워딩이랑 방화벽 설정을 끝내고 나니 프루나도 메신저도 잘 작동합니다. WOL패키지도 설치해서 원격부팅까지 가능하게 만들어놓았습니다. 시중에 나와 있는 공유기들 하나도 안 부럽습니다.

발열 문제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원래 코요테 리눅스 라우터가 플로피 디스크로 구동되는 거라 하드디스크가 필요가 없고 슬롯에는 랜카드랑 그래픽 카드(구 버전의 코요테 리눅스는 그래픽카드조차도 필요없습니다)말고는 슬롯에 꽂을 필요가 없기 때문에 전기도 그다지 많이 잡아먹지를 않기 때문이죠. 전력 소모를 최소화하고자 파워서플라이의 냉각팬도 제거했습니다. 그래도 너무 팬이 적다보면 열받아서 라우터가 뻗어버릴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조만간 저항 회로를 구성해서 팬의 회전수를 줄여서라도 케이스 냉각팬을 하나 부착할 계획입니다.

조만간 케이스 겉면에 코요테리눅스 로고랑 파코즈 로고, 인텔인사이드 로고 프린팅해서 붙일 겁니다. LCD 인디케이터까지 붙이면 더욱 뽀대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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