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 멕시코 FIFA 월드컵™ - 브라질 4-1 이탈리아
1970년 브라질과 이탈리아의 결승전은 이를 지켜본 많은 사람들에게 전형적인 FIFA 월드컵TM 대회의 진수를 보여 주었다. 이날 경기는 최고의 결승전에서 볼 수 있는 모든 구성요소, 즉 멋진 골과 막상막하의 축구실력, 스타 선수 등을 고루 갖추고 있었다. 최종 득점에서는 큰 차이를 보였지만 실제 경기에서는 한 시간 이상 아주 치열한 접전이 계속된 끝에 펠레, 자일징요, 카를로스 알베르토는 파체티, 리베라, 리바를 누르고 우승의 영광을 안았다.
승자 브라질에게 모든 것이 돌아가다
월드컵을 위해 새로 건설된 멕시코시티의 아즈테카 경기장에서 벌어진 이날 결승전은 FIFA 월드컵™ 우승보다 더한 명예가 걸려 있는 경기였다. FIFA가 월드컵에서 최초로 우승을 세 번 차지하는 나라에게 우승컵을 영구 보관할 수 있는 자격을 주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월드컵 역사상 처음으로 결승에 오른 양팀이 모두 우승 경험을 두 번씩 가지고 있었다. 이탈리아는 1934년과 1938년에, 브라질은 1958년과 1962년에 각각 우승을 차지했었다. 이에 따라 결승에 임하는 양팀의 각오는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대조적인 조별 성적
이탈리아가 결승에 진출하기까지의 길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이탈리아는 조별 경기에서 단 한 번의 승리만 거두었을 뿐 두 번 모두 무승부를 기록하였으며 득점도 1점에 그치고 말았다. 특히 서독을 상대로 한 4강전에서는 다섯 골이 쏟아졌던 치열한 연장전 끝에 4-3의 극적인 승리를 거두었다. 반면에 브라질은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오리베르드"라는 별명을 가진 브라질은 1966년 월드컵 우승국인 잉글랜드를 1-0으로 물리치는 등 조별 리그에서 세 경기 모두 승리를 거두며 8강전과 준결승에 이르기까지 순항을 계속했다.
이탈리아, 두 번의 슛 기회 놓쳐
이번 우승이 갖는 의미가 남다른 만큼 초반부터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질 수 밖에 없었으므로 대부분의 플레이가 미드필드에서 이루어지고 선수들도 중앙에 포진해 있었다. 첫 번째 슛은 "스콰드라 아추라"라고도 불리는 이탈리아팀에서 나왔다. 포워드인 루이지 리바는 재빠르게 방향을 바꿔 공간을 확보한 후 약 23미터 떨어진 지점에서 강슛을 날렸다. 그러나 골키퍼 펠릭스의 선방으로 공은 그만 크로스바를 넘어가고 말았다. 그는 전반 15분 경 다시 한 번 알레산드로 마졸라의 프리킥을 헤딩으로 연결시켰으나 골문을 빗겨 갔다.
펠레, FIFA 월드컵™ 통산 브라질의 백 번째 골 성공
경기 초반부터 상대팀의 거친 견제를 받던 펠레와 브라질에게 첫 번째 기회는 세트 피스에서 찾아 왔다. 하지만 리벨리노는 프리킥과 코너킥 기회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따라서 전반 18분 "오리베르드" 브라질이 첫득점을 올렸을 때 그것은 경기의 흐름을 뒤집어 놓는 것처럼 보였다. 리벨리노가 경기장 밖에 있던 토스타오의 평범해 보이는 스로 인을 받아 골 에어리어 안으로 높이 차올리자, 그곳에서 기다리던 펠레는 수비수 타치시오 부르그니치보다 훨씬 단신이면서도 그보다 더 높이 점프해 헤딩으로 엔리코 알베르토시의 상단 왼쪽 구석으로 들어가는 골을 성공시켰다. 이는 브라질의 FIFA 월드컵™ 통산 백 번째 골이었으며 브라질 관중들을 열광으로 몰아 넣은 골이었다.
부르그니치, 경고 받아
이 한 골로 브라질 선수들은 활기를 띄기 시작했으며 이탈리아 선수들은 이러한 브라질 선수들의 공격을 차단하기 위해 더욱 필사적으로 수비를 벌일 수 밖에 없었다. 이 과정에서 경기 시작 25분이 지난 후 부르그니치는 동독 출신의 루돌프 글뢰크너 주심으로부터 첫 경고를 받았다. 하지만 이탈리아에게는 다행스럽게도 브라질은 세트 피스 기회를 번번이 놓치고 말았으며, 경기 시작 직전까지 계속된 비로 경기장이 미끄러워 리벨리노는 내내 고전을 했다.
이탈리아, 느슨해진 수비를 뚫고 동점골 터뜨려
전반 30분이 지난 후 마졸라가 게르손에게 정확한 태클을 걸어 골을 문전 왼편으로 걷어내며 브라질의 득점 기회를 잘 막아내자 힘의 균형은 다시 이탈리아로 기울기 시작했다. "아추리" 이탈리아 팀은 이러한 상승세를 놓치지 않고 하프타임에 앞서 승부를 다시 원점으로 돌려 놓았다. 클로도알도가 자기 진영에서 시도한 위험한 백 힐링을 로베르토 보닌세냐가 민첩하게 가로채 동점골을 넣은 것이다. 부상을 입은 유벤투스 포워드 피에트로 아나스타시를 대신해 교체 선수로 들어 온 그는, 카를로스 알베르토를 제친 다음 브리투가 골을 걷어내기 위해 골키퍼 앞에서 슬라이딩 하는 순간을 이용하여 흘러 나온 공을 문전에서 낚아 채 텅 빈 네트 안으로 밀어 넣었다.
하프타임 휘슬 후 펠레의 두 번째 골
브라질은 전반 남은 시간동안 공세의 수위를 높였으나 얻은 수확이라고는 리벨리노가 마리오 베르티니에게 백 태클을 걸어 경고를 당한 것 뿐이었다. 뒤이어 펠레의 두 번째 "골"이 들어갔지만, 주심의 휘슬 소리를 듣고 이탈리아 수비수들이 수비를 하지 않고 서 있는 상태에서 들어간 골이었다. 글뢰크너 주심이 하프타임을 선언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전반전은 1-1 무승부로 끝이 났으며 이탈리아는 궁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다급해진 브라질
브라질 선수들은 더 굳은 결의를 다지며 후반전에 임하였다. 그리고 몇 분이 지나지 않아 카를로스 알베르토가 바이라인에서 센터링을 했으나 공은 골키퍼와 수비수를 피해, 반대편 골포스트 부근에 있던 펠레의 길게 뻗은 다리마저 넘어 갔다. 이탈리아는 후방 수비를 든든히 하는 데 만족하는 것처럼 보였으나 이 전술은 위험천만한 것으로 입증이 되었다. 경기 시작 51분 경기 재개 상황에서 리벨리노가 마침내 제 위치를 잡고 슛을 날렸던 것이다. 이 슛은 알베르토시의 선방으로 골로 연결되지는 못했다. 뒤이어 안젤로 도멩기니가 빠른 반격을 주도하면서 이러한 이탈리아의 기본 전술의 효과를 입증하는 듯 했으나 그의 슛은 에베랄도에 의해 방향이 틀어져서 펠릭스에 맞고 골대 옆 그물에서 멎고 말았다.
브라질의 공세 효과를 거둬
브라질은 두 번째 골을 성공시키기 위해 더욱 적극적인 공세를 펼쳐서 점점 더 골문으로 좁혀 왔다. 세트 피스에서 약 18미터 거리에서 펠레가 띄워 준 공을 리벨리노가 오른발 강슛으로 날려 보았지만 공은 골문을 넘어가 버렸다. 브라질 팀은 이탈리아 진영에서 잦은 프리킥 기회를 얻었으나 결정적인 골은 오픈 플레이에서 나왔다. 자일징요가 페널티 박스 가장자리에서 파체티의 밀착 수비를 받자 방향을 바꿔 게르손에게 공을 넘겨 주었으며 게르손은 알베르토시에게 일체의 틈을 주지 않고 약 18미터 떨어진 지점에서 완벽한 왼발 슛을 날렸다.
브라질의 연속 골
경기 시작 66분에 승부는 이처럼 2-1로 기울어졌으며 5분 후에는 다시 3-1로 바뀌었다. 펠레가 파울을 당해 브라질이 하프라인 부근에서 프리킥을 얻었으나 이탈리아 수비수들이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게르손은 반대편 골포스트를 향해 완벽한 센터링을 했고 펠레가 이 공을 헤딩으로 받아 떨어뜨리자 자일징요가 이 공을 골대 안으로 몰고 갔다. 이로써 자일징요는 전경기 득점이라는 위업을 달성할 수 있었다.
브라질의 주장 카를로스의 마지막 골 마무리
이탈리아의 반격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안토니오 훌리아노가 베르티니를 대신해 투입되기도 하였으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추리"는 결국 두 점의 격차를 좁히는 데 역부족이었으며 브라질은 마지막 15분 동안 경기를 주도해 나갔다. 리벨리노가 골에어리어 가장자리에서 슛을 시도했고, 알베르토시의 선방으로 실패로 돌아갔으나 펠레와 에베랄도도 슛을 날렸다. 브라질의 주장인 카를로스 알베르토도 이름에 걸맞게 경기 종료 4분을 남겨 놓고 펠레의 어시스트를 받아 총알 같은 오른발 슛을 상대 문전으로 날려서 브라질 우승에 쐐기를 박았다. 마침내 줄 리메컵은 영원히 브라질의 소유로 돌아갔으며, 브라질의 마리오 자갈로 감독은 월드컵 역사상 처음으로 선수로서 또한 감독으로서 FIFA 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영광을 안았다. 뿐만 아니라 전세계 축구팬들도 거침없고 대담하며 무엇보다도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친 팀이 우승을 차지한 데 만족하였다. 또한 관중들은, 웃통을 벗고 감격에 겨워하는 펠레가 무등을 타고 있는 모습을 보고 환호할 수 있었다.
1970. 6. 21
멕시코 멕시코시티 아즈테카 스타디움
브라질 4 : 1 이탈리아
득점 : 펠레, 게르손, 자일징요, 알베르토(이상 브라질), 보닌세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