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구 디자인을 하는 김용남씨(28·서울 노원구 월계2동)는 자동차 꾸미기에 관심이 많다. 김씨의 2000년식 무쏘 차는 한눈에 튜닝한 것을 알아챌 수 있다. 일단 바퀴 간격을 넓히고 광폭 타이어를 달았다. 뒷공간엔 큰 스피커까지 갖췄다. 화려한 실내 액세서리가 멋을 더한다.
여기까지는 김씨가 서울·경기북부권 운영자로 있는 동호회 ‘무쏘아이’(www.mussoi.com) 회원들 ‘애마’와 별로 다르지 않다. 가장 뚜렷한 차이는 PC를 장착한 데 있다.
‘카PC’ 또는 ‘자동차PC’로 부르는 자동차 튜닝의 새로운 유행이다. 차에서 영상 및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기성 제품이 있지만 비싼 편이다. 저렴하면서도 더 큰 화면을 갖기 위해 마니아가 손수 PC를 활용해 이른바 ‘카 시어터’를 만들고 있다.
카PC 튜닝의 기본은 차 안에 PC 본체를 넣고, 액정표시장치(LCD)를 다는 것이다. 기본 사양은 PC 본체와 모니터 및 둘을 잇는 연결선 정도다.
2002년 동호회 활동을 하며 일반 자동차 튜닝을 했다. 동호회에서 강원도로 여행을 가게 됐다. 당시 네비게이션을 다는 붐이 일었다.
“차량용 네비게이션이 되는 개인휴대단말기(PDA)는 비싸서 부담이 됐습니다. 집에서 쓰던 PC와 LCD 모니터로 네비게이션을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이때부터 차에 PC를 달았다. 업그레이드하지 않아 방치한 펜티엄Ⅲ를 재활용했다. 모니터로 중고 12인치짜리 LCD를 인터넷으로 샀다. 가격은 보통 1인치당 1만원선. 차체 흔들림을 견딜 만한 튼튼한 쇠붙이(‘arm’)로 고정하면 끝. 지난해 3월 지금의 15인치 모니터로 키웠다.
카PC를 달기 전 차에는 이미 5인치짜리 액정TV가 달려 있었다. 자칫 무용지물이 될 뻔한 이 모니터를 활용키로 했다. 컴퓨터 그래픽카드의 영상단자를 조정해 두 화면을 연동시켰다. ‘오버레이(overlay)’라는 방법이다.
이제 화면 2대로 동시에 영화나 위성TV를 즐긴다. 때에 따라 큰 화면으로 길 안내를 받고, 작은 화면으로 동승자는 TV를 감상한다.
네이게이션에는 음성만 지원되는 15만원짜리 위성항법장치(GPS)를 활용했다. 이 장치를 컴퓨터와 연결하고 지도정보를 깔면 화면상으로 약도를 지원받는다. 60만원이 넘는 PDA형 GPS를 저렴하게 구축한 셈이다.
무선인터넷으로 검색하거나 e메일도 주고 받는다. 혼자서도 사용하지만 옆 차와 무선 인터넷을 통해 게임을 같이 하거나 자료를 주고받는다. 가끔 여행가면 충무로에서 값싼 영사기를 빌려 지붕에 달아 차 앞에서 야외 자동차 극장을 구현한다. 차 안에서 업무와 관련한 디자인 도면 등도 CD롬에서 바로 확인한다.
“많은 걸 갖추고 있어 쉴 때도 차에서 못벗어나요. 야간운전 때 모니터 빛 때문에 눈이 부신 게 단점입니다. 그러나 차에 앉아 많은 것을 할 수 있고, 부품을 재활용할 수 있어 좋습니다. 남들이 잘 안하는 쪽이라 재미가 더 있죠.”
▶‘카PC’ 튜닝 유의점
자동차에 PC를 달 때 몇가지 유의할 사항이 있다.
먼저, 차에 PC를 꽂는다고 그냥 돌아가지 않는다. 자동차 배터리는 보통 직류 12~14V 전압에 맞춰져 있다. PC를 켜려면 교류로 바꾸고 전압을 높이는 ‘인버터’(inverter)란 장치를 갖춰야 한다.
PC 스위치 위치를 조정해야 편하다. 대개 PC 본체는 맨 뒷좌석이나 트렁크에 둔다. 끄고 켜는 스위치를 본체에 두면 여간 불편하지 않다. 마니아들은 선을 연장해 보통 운전석 옆 손이 닿는 위치에 스위치를 따로 단다.
CD롬은 DVD 플레이가 가능한 것으로 업그레이드해 마찬가지로 운전석 옆에 설치한다.
마우스나 키보드도 조정하는 게 좋다. 일반 마우스는 받침대를 놓을 곳이 마땅찮아 쓰기 불편하다. 트랙볼 형태 마우스가 알맞다. 김용남씨는 주로 기업체 등에서 발표용으로 쓰는 큼직한 트랙볼 마우스(3만~4만원)를 오른손 옆에 달아놓았다. 엄지손가락으로 볼을 굴려 마우스를 움직이면서 검지나 중지로 클릭을 하는 식.
김씨는 “액정표시장치(LCD) 아래에 터치패드를 달아 마우스 없이 화면에서 바로 쓰는 ‘터치스크린’ 방식이 있지만, 화면의 액정이 손상되기 쉬워 주의해야 한다”고 일러줬다.
또 “둘레에 스피커가 달린 LCD는 자기장이 화면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권장할 만하지 않다”고 조언했다.
키보드는 거의 인터넷을 할 때만 쓴다. 유선으로 연결하면 거추장스럽고 보관이 어렵다. 무선 키보드(3만원)가 여러 모로 간편하다.
요즘 유행하는 카PC를 겨냥해 작은 PC(베어본PC)와 LCD를 꾸러미로 팔거나 달아주는 업소가 생겨났다. 미니PC로 구성해 공간을 적게 차지하는 게 이점.
하지만 열이 많이 난다는 게 단점이다. 가격도 장착비까지 약 70만원이나 든다.
반면 오래된 기종이라도 일반 PC는 덩치가 크지만 열이 적게 나고 업그레이드가 쉽다. 무엇보다 재활용이므로 가격 부담이 적다. 연결단자와 LCD만 따로 구하면 된다.
〈글·사진 전병역기자 junb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