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 MBC 100분 토론 다들 보셨는지요? 저는 10분 정도 늦게 보기 시작했는데 아무튼 흥미진진하게 보았습니다. 영화 '괴물'의 스크린 독과점 현상에 대해 열띤 토론이 있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괴물'의 흥행 현상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었습니다. 그래서 김기덕 감독과 박한섭 교수 입장 편에 들어서 시청을 했습니다.
100분 토론 시청자 게시판에 가서 보니 시청자들의 안목이 상당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낍니다.
아래 글은 제가 가장 공감한 내용의 게시물입니다. 퍼 왔습니다.
<출처: MBC 100분 토론 시청자 게시판>
저는 괴물을 재미있게 봤습니다.
제 개인적으로 괴물은 충분히 흥행할 자격이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괴물의 흥행 요인이 작품성에만 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괴물의 성공에는 작품성 외에 마케팅의 힘이 컸죠.
우리나라 역대 초대박영화에는 공식이 있습니다. 바로 언론플레이입니다.
일단 괜찮은 영화가 하나 탄생하면 엄청난 광고공세를 퍼붓습니다.
마치 안 보면 시대에 뒤떨어질 것처럼 호들갑을 떨어대죠. 결국 그런 분위기에 휩쓸려 어쩌다보니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 생깁니다.
이번에 괴물이 마케팅비에 20~30억을 썼다고 들었는데요.
솔직히 올해의 괴물 광고, 거의 세뇌 수준이었습니다. -_-;;
제가 기억하기로 매일매일 괴물에 관한 기사가 쏟아져나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오히려 흥행 못하는 것이 이상하죠.
결국 이것은 관객의 획일적인 선택으로 이어지고, 궁극적으로 저예산몰락을 가져옵니다.
왜냐하면 상영관 수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상영관 잡기. 이것은 제로섬 게임입니다. 어떤 영화가 상영관을 많이 잡으면 잡을수록 다른 영화에는 상영할 기회가 박탈되는 것이죠.
관객은 당연히 소문난 영화만 찾고, 극장주는 장사될 몇몇 영화에만 집중합니다.
이런 대박영화로 가장 이득을 보는 사람은 아마 극장주일 것입니다.
대박영화의 독식 현상을 고려하면, 제작자의 이익은 단기적이죠. 이번에는 대박이지만 다음에는 참패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극장주들은 스크린쿼터제를 지키면서도, 할리우드와 맞먹는 몇몇 대박영화에 집중함으로써 엄청난 수익을 올리는 것입니다.
지금 상황에서는 오히려 스크린쿼터제가 저예산영화 발전을 막는다고 봐야됩니다.
왜냐하면 극장주들은 의무상영일수에 대한 압박감 때문에, 더욱 한국영화를 신중하게 선택하거든요. 그 선택기준은 당연히 흥행을 하느냐, 안 하느냐이고요. 결국 스크린편중 현상이 심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극장주를 도의적으로 비난하는 것은 아닙니다. 자기 이익을 극대화하는 쪽으로 움직이는 건 자본주의 사회에서 당연한 거죠.
다만 스크린 쿼터제를 개선할 필요는 있다는 것입니다.
제도적 해결책은 이렇습니다.
일단 스크린쿼터제에 대한 재검토를 해야 합니다.
괴물과 같은 영화는 우리나라 시장에서 헐리우드와 경쟁해도 지지 않습니다. 그런 영화가 오히려 스크린쿼터제 안에서 저예산영화와 경쟁을 하니 문제가 되는 겁니다. 어항 속에 고래 한 마리 넣어두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그러니 이런 영화들은 시장논리에 맡겨두고, 진짜 작품성 있고, 우리 영화계의 다양성을 보장해 줄 수 있는 그런 영화를 보호하는 새로운 스크린쿼터제를 도입하자는 것입니다.
또 다른 해결책은 우리 스스로에게 있습니다.
오늘날 문화의 다양성 부재는 영화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아마 문화계 전반적으로 느끼고 있을 겁니다. 미술, 음악, 문학, 만화..... 심지어 스포츠까지.
씨름선수가 어려운 씨름현실에 실망하여 일본으로 떠나고, k리그가 월드컵 열풍에서 목맨소리를 하는 것...
음악을 들으면서도 돈은 내려 하지 않고, 문화를 위해 투자할 생각을 하지 않는 것...
이것이 우리 현실입니다.
끝난 논쟁이지만, mp3 파일 공유에 보인 네티즌들의 주장... 과연 음악가의 자질 부족만 탓할 수 있을까요?
오늘날 한국출판만화의 몰락.. 그게 한국 만화가만의 탓일까요?
어제인가... 여기 글 올리신 분 중에 언더락 하시는 분 '음악하기 힘들다'는 식으로 쓰신 글 읽은 것 같은데여.
이제 좀 우리 관객들이 성숙해질 때가 아닌가 합니다.
더욱 더 다양한 문화를 우리 스스로를 위해서 즐길 때라고 생각합니다.
거리의 무명의 미술가한테 그림을 사고, 무명의 재기발랄한 작가의 소설책을 사 읽고, 가끔 밥그릇은 한국 도자기 장인이 만든 도자기도 사서 써 보고요.
돈 아까우시다구요..? 스타벅스에서 그 값비싼 커피와, 피자헛에서 먹는 피자 몇판 아끼면 문화를 소비할 수 있습니다.
이건 제가 잘났다고 쓰는 글이 아닙니다, 사실 저도 대부분의 소비자와 같이 큰 영화관에서 대작보고, 베스트셀러 읽는 평범한 사람입니다. 그러나 저 역시 관객의 한 사람으로서 반성하자는 생각으로 글입니다.
영화관계자의 밥그릇 싸움이라고 비판하기 전에, 우리 스스로도 돌아봐야 할 점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에서 나온 것입니다.
그러니 오해하지 마시고..... 우리 스스로가 좀 자율적으로...주체적으로 문화를 소비할 때에, 문화에 대한 투자를 아깝다고 생각하지 않을 때에. 그 때 우리 문화에 발전이 있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이 긴 글 읽어주신 분들 고맙습니다..........
2006/08/18 16:43
2006/08/18 16: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