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가 메인보드 수리를 할 때 꼭 찾는 2군데가 있습니다.
한 곳은 제가 자주 찾는 하드웨어 사이트의 모 회원이 근무하시는 용산의 '에xx컴'입니다. 용산 전자월드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죠.
잘 고쳐 주십니다. 고장 원인도 금방 체크해 내고 납땜 기술 이런 건 정말 전수받고 싶을 정도로 부럽습니다.
또 한 곳은 다나와 오픈마켓에서 메인보드 수리점 광고 게시물로 예전에 자주 나온 곳입니다.
'로o컴퓨터'라고 안양시 xx구 xx동에 위치해 있죠.
한 때 거의 이곳에서만 보드 수리를 맡기곤 했습니다. 에xx컴은 최근에 와서야 가봤죠.
여기 분이 정말 친절하십니다. 전라도 분이신 거 같은데 일단 대화가 편합니다. 전화도 친절하게 받아주시죠.
솔직히 말하자면 납땜 다루는 기술은 에xx컴보다 한 수위입니다. 에xx컴 납땜 제거하는 것도 자세히 봤고 이 분 것도 자세히 봤는데 이 분은 일단 스피드가 대단합니다. 보드를 어루만져 준다는 표현이 더 어울리겠네요. (에xx컴께는 죄송합니다. ^^;;)
어쩌면 이 분이 이 분야 최고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정말 손대기 힘들 정도라고 생각되었던 미세한 부품과 끊어진 미세한 기판 패턴까지 말끔하게 다 복구하시더군요.
얼마 전 친구가 윈도가 자꾸 다운이 된다며 제게 A/S 요청을 했습니다.
분당에서 상도동까지 출장을 떠났습니다.
증상 체크하고 최근에 컴을 좀 험하게 다뤘냐고 물어 보니 P2P프로그램 쓰면서 컴이 많이 느려지고 넘 버벅대길래 강제 리셋을 자주 했다는군요. 하드에 무리가 간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배드섹터가 무성하더군요. 하드만 떼어다가 집에 가져와서 로우포맷을 하고 나니 다행히 배드는 말끔히 치료되었습니다. 논리적 배드섹터였던 거죠.
담 날 다시 친구집에 가서 윈도를 설치해 보려 하니 이게 설치 중간에 다운이 되는 겁니다.
아뿔싸~ 그럼 원인은 딱 그거네... 케이스 열어 메인보드를 자세히 살펴보니 씨퓨 주변 콘덴서가 무려 8개나 살짝 부풀어 있는 것이었습니다.
이 친구가 사실 절 불러내기 전에 동네에 있는 컴닥x에 수리를 의뢰해 봤는데 견적이 5만원 나온다고 했답니다.
보드만 떼어다가 용산 에xx컴에서 만 원 한장에 콘덴서 다 교체하고 윈도 잘 설치해서 지금 그 친구는 잘 사용하고 있습니다.
최근 종로 세x상가를 심심해서 몇 번 들락거려 봤는데 수소문해 본 결과 세x상가에서 컴 수리를 하는 가게가 이제 달랑 한 군데 남았다는군요. 그 원인은 잠시 후 해명해 드릴 겁니다.
그 가게 아저씨 나이는 대략 40대 중후반 정도 되는 것 같았습니다. 첨에 찾아가서 지금 집에 PS/2가 나간 펜3 보드가 하나 있는데 수리가 되겠냐고 물어 보니 바로 나오는 말이 뭔지 아십니까?
"그거 고치는 게 새로 사는 거 보다 견적이 더 나오니 그냥 새로 사는 게 나아~"
아마 IC칩이 나갔을 거라고 하면서 칩 교체하는 건 거의 힘들고 고친다 해도 비용이 넘 많이 나온다는 얘기였습니다.
그 보드 용산 에xx컴에 들고 가서 5천원에 고쳤습니다. 원인은 그냥 포트 자체가 쇼트난 거라고 하면서 포트 자체를 통째로 교체한 것도 아니고 무슨 장비를 꽂았다 빼내더니 이내 정상 작동되는 것이었습니다. 쇼트를 유발한 전도성 이물질을 제거한 것에 불과했습니다.
며칠 뒤 예전에 눈도장 찍어 두었던 솔텍라이저카드를 사고자 다시 찾았는데 점심 시간대라 가게가 잠시 비어 있었습니다.
20대 초반의 대학생으로 보이는 친구가 먼저 와서 주인을 기다리고 있더군요. 본체 한 대 통째로 들고 있었습니다.
컴 고장 나서 수리 받으러 왔다는군요. 증상을 물어 보니 그리 심한 고장은 아닐 것 같았습니다.
근데 가게 주인 성향으로 봐선 견적을 얼마나 부를 지 뻔합니다. 대화를 해 보니 이 친구가 컴맹인 게 분명했습니다.
예전에도 본체 한 대 통쨰로 들고 수리 받으러 왔다는군요. 당시 자기가 쓰던 컴사양이 뭔지도 제대로 모르고 있던데 댜략 펜3였던 것만은 분명했습니다.
근데 가게 주인이 수리 견적이 꽤나 나오니 부품들 통째로 바꾸는 게 낫다고 하면서 결국 10여 만원 정도 들여서 펜4급으로 업그레이드 했다는군요. 보드, 씨퓨, DDR램 뭐 이렇게 바꾸었겠죠.
잠시 후 주인이 들어 오더니 또 한 번 물어 보았습니다. 지금 씨퓨 쿨러 꼽는 3핀 커넥터가 나간 보드가 몇 장 있는데 이거 고칠 수 있느냐고 말이죠.
이번 대답은 더 가관이더군요. 패턴이 타 버렸거나 하지는 않았다고 하니 그럼 팬컨트롤을 담당하는 IC칩이 나갔을 거라며 그런 건 수리 불가능이라고 말이죠. ^^;;
그리고 그 대학생 친구의 컴을 열어 보더니 이거 고치려면 오늘 하루 걸릴 것 같다며 내일 오라는군요.
뒤이어 웬 아저씨가 본체를 통째로 들고 오더니 윈도 좀 새로 깔아달라고 왔다네요.
윈도만 새로 까는 데엔 과연 얼마나 견적이 나올런지... 본체 들고 온 그 분이 웬지 측은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1류와 2류의 차이는 바로 이런 것이라는 생각이 팍팍 들었습니다.
1류 수리공들은 고장 증상 물어보면 구차하게 다른 이야기 안 꺼냅니다. 예상되는 고장 원인 물어보면 요점만 짚어서 의뢰자에게 정확히 알려주려는 의도까지 보입니다.
용산 에xx컴이나 로o컴퓨터는 기술만으로도 얼마든지 먹고 살 수 있는 분들이죠.
2류는 다릅니다. 견적내기에 급급합니다. 수리 비용이 새로 구입하는 비용에 필적하니 효용이 없다는 논리입니다.
사실 컴 부품들의 속성상 그러할 수 밖에 없습니다. 요새는 하드디스크조차도 소모품으로 분류된다고 하는군요. 무엇 하나 고칠려고 하면 대부분 다 신품 구입 비용과 맞먹습니다. 워낙에 기술 발전 싸이클이 빠른 분야가 이 쪽이니 무슨 부품이든 간에 나온 지 얼마 안 되어 가격이 팍팍 다운됩니다. 허나 수리 견적은 부품 사양에 관계없이 꿋꿋이 제자리를 고수하고 있죠.
세x상가에 컴 수리점들이 다 도태하고 달랑 하나 남은 게 이 때문입니다. 고쳐줘 봐야 이윤이 안 남는 거죠. 고치는 비용이 신품 구입 비용에 필적하니 사람들은 당연히 수리를 포기하고 새로운 물건을 찾게 되기 때문이죠.
물론 그들도 먹고 살아야 하기에 그렇습니다. 그래서 컴맹들이 안타깝습니다.
컴퓨터... 알면 알수록 이득 보는 게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그래서 우리는 컴에 대해 잘 알아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