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에 조기축구회에서 축구 하다 왼쪽 발목을 심하게 접질러 여태 안 나가고 쉬었습니다.
오늘 오랜만에 축구를 하러 나가 보았습니다.
때마침 수원 월드컵 보조경기장에서 연예인들과 축구를 한다길래 가기로 바로 결심을 굳혔죠.

파랗고 푹신한 인조잔디에서 오랜만에 축구를 했습니다. 인조잔디는 예전에도 스무 번은 넘게 다니고 그랬죠. 축구회 형님들의 연줄을 이용하면 좋은 환경에서 축구를 자주 할 수 있습니다. ^^

연예인들의 모습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개그맨들로만 이루어진 팀이더군요.
팀 이름은 'FC죽돌이' ^^;;
서경석이 단장이랍니다. 박성호, 이수근, 이재수도 만났습니다.
이름이 잘 기억 안 나는 개콘 신인 멤버들도 몇 명 보였고 나머지 팀원들은 아마 개그맨 지망생들인 거 같았습니다.
연예인팀이랑 저희 팀 말고도 두 팀이 더 있어서 서로 로테이션으로 번갈아 가며 시합을 했습니다.
전 연예인 팀이랑 두 번이나 맞붙어 보았네요. ^^
연예인 팀이랑 단체사진 찍을 때 전 정 가운데에서 서경석이랑 팔짱 끼고 같이 찍었습니다. ㅎㅎ
말도 걸어보고 그랬죠. 여태 연예인들을 지나가며 실물을 본 적은 여럿 있어도 연예인이랑 대화를 나워보긴 난생 처음입니다.
조만간 사진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축구 하는 걸 보니... 잘 하더군요.
서경석은 포워드, 이수근은 공격형 중앙 미들, 박성호는 왼쪽 윙을 보더군요.
박성호는 별로고... 이수근이 좀 하더군요. 개인기는 보통인데 팀원들과 패스를 잘 주고 받더군요.
제가 레프트 풀백이었는데 센터백 하시던 형님이 서경석 놓쳐서 골 먹었습니다.
골키퍼가 제 동생 친구였는데 골 먹었어도 서경석한테 먹었다고 연방 싱글벙글... ^^;;

서경석이 코너킥을 하러 저희 팀이 쉬고 있는 코너 플랙으로 다가왔습니다.
제 옆에 앉아 쉬고 있던 형이 느닷없이
"화살 크로스~"
서경석 뻘쭘... ㅋㅋㅋ

박성호가 성격 좀 있는 것 같았습니다. 저희 팀이 엔드 라인에 바짝 붙어 앉아 쉬고 있는데 그 쪽으로 공이 굴러오더군요.
박성호가 전속력으로 달려 오던데 저희 팀원들이랑 부딪히는 걸 피하려고 어쩔 수 없이 속력을 줄이다 보니 공을 놓칠 수 밖에요. "아 씨~" 이러더라는... ㅋㅋ
열심히 뛰다 보면 그럴 수도 있지요. ^^
그래도 박성호 나중에 다른 팀이랑 할 때 골키퍼 키를 넘기는 로빙 골 하나 성공 시키더군요.

이수근이 좀 재미있더군요. 패스가 잘 안 오면 버럭 소리도 지르면서...
개인적으로 아주 좋아하는 개그맨입니다. 인상도 참 좋더군요.
키는 작습니다. 물론 저보다도... 160 좀 넘을 것 같더군요. 암튼 165 이하인 건 확실...
공격형 미들인데 수비를 잘 안 보더군요. 저는 수비수라 우리 팀이 연예인 진영에서 밀어부치고 있을 때 우리 진영에서 어슬렁대는 이수근에게 밀착해서 말 좀 걸어 봤습니다.

"개콘 공포의 외인구단 때부터 팬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 재밌던 코너가 좀 오래하길 바랬는데 아쉬웠습니다."
"네 그렇죠."
"오늘 오신 개그맨 분들 중 가장 좋아합니다."
"감사합니다."
"실물이 훨씬 나으십니다."
"어이쿠 감사합니다."

그 외에도 몇 마디 더 해 본 것 같은데 기억이 잘...

제 동생이 FC죽돌이에게 태클을 심하게 당해 쓰러져 있었습니다.
요 놈이 얼마 전에 손가락에 유리조각이 박혀 수술을 받아 손가락에 맹구 같이 붕대를 칭칭 감고 있었습니다.
이수근이 다가오더니
"어? (태클을 당했는데) 손가락을 다치셨네여?"
"어떻게 손가락을 다치셨지? (태클한 놈에게)아무개야~ 너 일루 좀 와 봐라."

분위기에 잘 녹아나는 쓰무쓰한 개그멘트를 던져주는 센스... ㅋㅋㅋ

게임이 끝나고...
제가 궁금했건 게 있었습니다.
아까 저희 팀에서 의견이 분분했는데 개그맨 팀 이름을 정확히 못 들어서 'FC 죽돌이'인지 'FC 족(足)돌이'인지 말이죠. 하고 많은 팀 이름 중에 왜 하필 '죽돌이'냐고... 축구는 발로 하니 '족(足)돌이'라고 붙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게임 끝나고 그라운드에서 나오면서 이수근에게 물어 봤습니다.
'죽돌이'라고 하네요.
저는 첨에 정확히 듣지 못해서 '발 족'자 써서 '족돌이'라고 한 줄 알았다고 했습니다.
멀찌감치서 이재수가 듣고 무지 썰렁하다는 반응을 보이더군요.
저를 뒤돌아보며 약간 조롱 섞인 듯한 찝찔한 웃음을...
연예인한테 시선 집중 당해보긴 처음이었습니다. ㅋㅋㅋ
이재수 이번에 음반도 냈다던데 잘 될런지... 예전 '컴배콤' 부를 때 무지 웃었던 기억이 나네요.

암튼 그렇게 추억에 남을 게임을 뛰고 왔습니다.

근데... 대체 왜 싸인을 안 받아 온 건지... ㅋ
단체사진은 다른 팀에서 찍은 걸 우리 팀 총무님이 받아올 때까지 기다려야 됩니다.
암튼 조만간 영광의 그 사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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